[동계사계] ‘백설이’와의 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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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사계] ‘백설이’와의 긴 여정
  • 조은영
  • 승인 2023.08.23 07: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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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동계 회룡)
반려견 백설이

 

지루한 장맛비가 그치고 폭염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찌나 덥던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루룩 흐릅니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 없어 백설이(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나갈 때는 신나하던 백설이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이 불편했는지, 얼마 못 가서 집으로 방향을 돌려 버립니다.

집에 돌아와서 살펴보니 바닥에 피가 묻어납니다. 발바닥에 상처가 생긴 것입니다. 신발을 신을 수 없는 강아지가 맨발로 뜨거운 도로를 걸었으니 얼마나 따가웠을까요? 아프다고 말도 못 하고 혼자서 견뎌야만 하였을 백설이가 안쓰럽고 짠합니다. 상처에 빨간약을 발라 주었더니 안심이 되었는지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잠이 들었습니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 백설이

백설이를 처음 만난 것은 2016년 겨울이었습니다. 전 주인에게 크리미라고 불렸던 4개월 된 어린 강아지는 우리집으로 와서 백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대전에서 직장 생활을 하였던 아들이 데려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커다란 두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잠시도 사람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말을 걸어주고 물과 간식을 주니, 긴장이 풀리나 봅니다. 어느 순간 어린아이처럼 잠을 자는 것입니다. 자기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낯선 사람 차를 타고 2시간30분을 달려서 왔으니 좁은 자동차 속 상자 안에서 무서웠을 겁니다.

강아지를 처음 키우는 일이라 개는 당연히 밖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마당 한켠에 집을 마련하여 이불도 넣어 주며 물과 사료를 입구 쪽에 준비를 해두었습니다. 밤이 되어 마련한 개집에 있게 하였는데, 밤새 낑낑대고 어찌나 울어대던지 어쩔 수 없이 데크안으로 들였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백설이가 집 지키는 개가 아닌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이 되어버린 것이.

태어나서 한 번도 흙을 밟지 않았던 백설이는 흙을 밟고 숲향을 맡으며 드높은 하늘 바라보기를 3일 만에 빨갛게 충혈되었던 두 눈이 말끔해졌고 초롱초롱하게 빛이 났습니다. 식구들이 벗어놓은 신발을 베개 삼아 잠을 자다가도 밖에서 인기척이 나면 멍멍멍~ 밥값을 하느라 부지런을 떨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잠시 집에 두고 외출이라도 하는 날에는 물과 먹이(사료)를 입에도 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배변도 하지 않고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러다 보니 백설이와 어쩔 수 없는 동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동차 안에 강아지 케이지를 마련하였습니다. 집에 있는 것보다 힘은 들겠지만 함께 있는 것이 안심이 되나 봅니다.

백설이

 

개에게 감정이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장거리를 가다 보면 중간중간에 휴게소에 들리게 되는데, 반려견을 배려한 놀이터와 산책로가 마련된 곳이 있어서 반갑기도 하지만, 출입을 금지하거나 배려가 없는 장소가 훨씬 많아 며칠씩 집을 비우거나 여행을 가야 할 때도 강아지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는 개답게 키워야 한다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고는 합니다. 백설이를 만나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개에게 감정이 있다는 것을~. 반짝반짝 까만 눈동자가 나를 빤히 바라보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들은 척을 안 하면 소리를 냅니다. “알았다라는 말 한마디에 다음 행동을 하지요. 반려견은 주인이 관심을 가져주는 만큼 성장합니다.

작년에 며느리가 둘째를 출산하면서, 백설이를 강원도 홍천에서 펜션을 하는 사돈집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모르는 사람에게서 백설이를 아느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강아지 목에 걸린 인식표를 수의사인 지인에게 부탁해서 정보를 알아내었다는 것입니다. 낯선 강아지가 온몸에 상처투성이로 펜션을 하는 자신의 집에 온 지 며칠 되었다고 합니다.

마당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자동차가 들어오면 달려가서 내리는 사람을 살피고 다시 제자리로 가서 앉아 있기를 하루종일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강아지가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였고, 다행히 칩에서 저의 연락처를 알았다고 하였습니다. 전화를 받는 내내 오열을 하며 울었습니다. 번거로웠을 텐데, 무심하게 넘기지 않고 연락을 주신 그 분에게 마음으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백설이와 함께한 7년여 동안 많이 웃었고 행복하였습니다. 정 많은 백설이는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를 살뜰히 보살폈고, 집에서 기르던 앵무새에게도 자신의 머리 위에서 놀게 할 만큼 경계없이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인연에도 시절이 있다고 하였던가요?. 세월이 지나고 새끼고양이는 어른이 되어서 낳은 새끼들과 함께 집을 떠나갔습니다, 앵무새도 사람 속에서 강아지와 식구처럼 지내다 야생을 잃은 탓에 하늘을 나르는 솔개와 고양이에게 공격을 당해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그때의 미어지는 슬픔은 형언할 길 없었답니다. 아이들이 떠난 지 수 년이 지나서 잊은 듯하였는데, 하늘을 날고 있는 새들을 보면 아픔이 되살아 납니다. 알콩아~ 달콩아~.

집에서 기르던 앵무새에게도 자신의 머리 위에서 놀게 할 만큼 경계없이 마음을 나누는 백설이

 

만남에는 기쁨과 행복, 때로 희생도

사람이든 동물이든 보살피면서 함께하는 일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만남에는 기쁨과 행복한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어야 하고 때로는 희생도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삶의 동반자가 되어갑니다.

반려견 300만 시대라고 합니다. 일상을 사람들과 보내는 반려견에게 부모 형제는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야생에 있어야 할 개는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축이 되었고, 집견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시간보다 훨씬 빠른 개의 시간이기에 어린 강아지는 7년을 우리와 보내면서 중견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7년이 지나면 수명이 다할 수도 있을 겁니다. 워낙 식탐이 많아서 산책 도중 눈 깜짝할 사이에 무언가 먹기를 부지기수여서 토하거나 설사를 하는 일이 많습니다. 살 수 있는 날까지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영리한 백설이는 사람을 한번 보면 기억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지인이 백설이의 지인이 되기도 합니다. 날이 더운 여름이지만, 만나고픈 사람들이 있어 집으로 초대를 하였습니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 마당으로 차가 들어오고 차안에서 사람이 내리자 꼬리를 흔들며 격렬하게 마중 인사를 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지인인데도 어찌 잊지 않고 온몸으로 반기는지.

폭염에 몸살을 앓은 농산물로 기본 반찬이 부족했지만, 지인이 가져온 고추와 상추 그리고 두릅, 양파, 매실, 알타리, 머위, 마늘쫑, 장아찌 덕분에 푸짐한 밥상이 되었습니다. 귀촌한 지 3년이 되었다는 지인은 순창군에서 실시하는 많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농사뿐만 아니라 실용목공이며 발효식품까지 척척 해낸다고 합니다. 방안에서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갖는 동안 백설이는 방문 아래에 벗어놓은 신발을 지키며 시간이 되도록 기다립니다.

손님들이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신발을 지키고 있던 백설이가 먼저 일어나 손님들 배웅을 합니다. 떠나가는 지인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합니다. 만나는 한사람 한사람을 기억하며 관심과 사랑받기를 원하는, 여린 백설이를 끝까지 돌볼 수 있는 긴 여정을 소원해 봅니다.

마음은 마음으로 이어진다.”

반려견 백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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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성 2023-09-18 14:03:37
잔잔한 일상에 정겨움이 넘쳐나는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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