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문화원 청소년 백일장 산문 대상-고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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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문화원 청소년 백일장 산문 대상-고등부
  • 양세연
  • 승인 2024.01.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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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세연(순창고1)

순창문화원 청소년 백일장 수상 작품-산문 고등부 대상

 

순창 할머니

양세연 (순창고1)

 

순창에 가면 할머니 생각이 안 날수가 없다.

우리 외할머니는 순창에서 평생을 보내셨다. 20살에 삼남매를 키우시고 손녀인 나까지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키워주셨다. 요리도 잘하시고 청소는 하루에 두 번은 해야 마음이 놓이신다. 할머니는 주름질까봐 무서워하시지만 웃을 때 가장 고우신 분이다.

10년 전 내가 7살이었을 때다. 순창 가는 길에, 곧 도착한다고 전화 드리면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부엌의 분주한 소리들, 괜히 돈 쓰지 말라고 항상 빈손으로 오라고 당부하신다.

짐 바리바리 챙겨서 드디어 대문을 넘었다. 몸이 대문과 센서로 연결되어있는 건지, 문을 열자마자 마당으로 나오셔서 나와 동생을 끌어 안아주신다.

우리 강아지 왔능가~.”

그 품 안에서는 따뜻하고도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했던 것 같다. 잡채나 갈비 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들.

할머니 숨 막혀요!”

광주에서부터 차 타고 오면서 짜증이 생겨 괜히 할머니께 심술을 부린다.

할머니를 쌩~ 하고 빠르게 지나쳐서는 티브이가 있는 안방으로 달려간다. 여기는 와이파이도 안 되고 좋아하는 만화 채널도 없다. 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여기서 일요일까지 있어야 한다니 그때의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소중한 주말에 친구들이랑 인라인스케이트 타며 지금쯤 눈감술(눈을 감고 하는 술래잡기)을 해야 하는데.

뒤돌아 보면 안방에는 삼촌들 사진, 우리 엄마가 나보다 더 어렸을 때 찍은 사진, 할머니 할아버지 젊었을 때의 사진들이 한 곳에 걸려있다. 할머니의 20대 시절 사진이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미모다. 우리 엄마는 왜 할머니를 닮지 않고 할아버지를 닮아서 나에게 이런 유전자를 전해주지 않았는지.

심술 부렸던 것도 잊은 채 부엌에 계시는 할머니께 달려가 조잘댔다.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어렸을 때 완전 예뻐요!!”

그 때 할머니의 반응은 어떠셨더라. 아마 작게 웃으시며 지금은 다 주름져서 못 쓰다고 하셨던 것 같다.

맛있는 밥을 먹고 심심해하는 나를 할머니는 초등학교 놀이터로 데려가셨다. 할머니 오토바이를 타고 초등학교에 갈 때면 더워도 에어컨을 튼 것처럼 시원했다.

강아지~! 할머니가 그네 태워줄게.”

그네..? 그네는 사람이 많은 주말엔 초등학생들의 차지이기 때문에 고작 7살이었던 나는 범접할 수 없었다. 이런 말을 할머니께도 했었나, 그러자 할머니는 초등학생들에게 소시지를 쥐어주며 그렇게 나는 그네를 얻을 수 있었다! 어리고 떼쟁이였던 나에게 그때의 할머니는 영웅이고 구세주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만큼 할머니의 소중함을 몰랐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할머니는 나에게 단짝친구도 돼주었고 엄마도 돼주었고 무서운 것은 다 없애줬다. 그렇다면 나는 할머니께 어떤 손녀였을까. 맨날 투덜대고 짜증만 부리는 손녀였을까. 할머닌 어떻게 그런 나를 사랑해주셨을까? 생각할수록 할머니는 대단하고 위대하며 따뜻하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가 전화하셔도 친구랑 노느라, 학원 가느라, 나중에 연락하려 했는데 까먹어서 핑계도 다양했다.

할머니와 보내온 시간들은 항상 특별했다. 너무 사랑받아서 거만해질 정도로, 그 소중함이 잊혀질 정도로.

순창에 갈 때면 할머니와의 추억만 가득 떠오른다. 우리 가족을 반겨주시며 만나자마자 나를 안아주시는 건 필수다. 또 나랑 동생이 심심해 보이면 강아지들~ 할머니가 초등학교 가서 그네 태워줄까?”라고 하신다.

변한 것이 하나 있다면 할머니가 아픈 곳이 계속 늘어간다. 가끔씩 순창이 아닌 큰 병원으로 병문안을 갈 때면 너무 무섭다. 내 단짝친구가. 엄마가, 영웅이 동시에 사라질까 봐.

전에는 너무 어려서 알지 못했다. 할머니도 작은 아이의 심술부리는 말에 상처받고, 열심히 준비한 요리를 편식하면 마음이 아프고, 그런 말썽꾸러기가 아프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그런 나를 업어 응급실까지 뛰어갔다는 것을 이제야 알 수 있다.

할머니의 품은 나이게 진정한 안식처이자 가장 편한 집이다. 어떤 어려움이나 큰 절망이 내게 찾아와도 할머니의 그 품 안에서는 무엇이든지 해결이 된다. 그네를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는 내 차례다. 내가 할머니께 정성 드린 음식을 차리고 할머니를 노래 없이도 흥이 나게 하고, 할머니가 가고 싶은 곳을 다 데려다줄 차례.

 

양세연(순창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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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2024-02-02 17:29:09
좋은글은
용기있게, 자유롭게, 진실되게 쓴 글입니다.

용기있고, 자유롭고, 진실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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