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에 시한줄(94)나는 어떤 방문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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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에 시한줄(94)나는 어떤 방문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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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0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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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는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1939~ )

서울출생. 시집 <비스듬이> <그림자에 불타다> 외 다수

 

 

나는 어떤 방문객인가

참으로 우리는 아득한 곳으로부터 왔다.

우리가 생겨난다는 것은, 작은 세포 하나가 어머니 뱃속에서 하염없이 흐르다가, 어느 운 좋은 날 선택을 받아 심장 하나를 얻어 박동하고, 그 박동은 너와 나의 삶이 되어 태어나 한 세상을 살게 되었다.

이렇게 태어난 사람은 생겨난 동질성을 이해하면서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야 하는데, 잘살고 잘먹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미명 아래 금전만능주의의 세상이 되면서 어느덧 우리가 사는사회는 자살이 세상에서 제일 많은 사회가 되었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니 아이를 낳지 않고 나만 살다 가겠다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많은 나라가 되었다.

이때 시일은 외쳤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 아마 바람은 / 더듬어 볼 수 있는 / 마음 /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 흉내 낸다면 /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전문>

이 시의 시제가 <방문객>이다. 우리 모두가 지구에 온 방문객이다. 방문객은 그 방문이 끝나면 모두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된다는 것을 시간으로, 계절로, 죽음으로 수없이 하늘은 말해

주고 있는데 못 알아듣고 있다. 우리 방문객 모두는 주인이 아닌 방문객처럼 정답게 사는 흉내라도 냈으면 좋겠다. 인사라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모든 인사는 시이다 / 그것이 / 반갑고 / 정답고 / 맑은 것이라면 // 실은 시가 / 세상일들과 / 사물과 / 마음들에 / 인사를 건네는 것이라면 / 모든 시는 인사이다” <인사부분 >

 

글ㆍ그림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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