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교육(8)‘감정’을 살리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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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교육(8)‘감정’을 살리는 교육
  • 최순삼 교장
  • 승인 2021.11.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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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삼 교장(순창여중)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운동장과 복도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자주 인사를 받는다. 점심을 먹고 식생활관을 나오면서 교장 선생님 밥 맛있게 먹었어요라는 정감 있는 인사도 받는다. 반갑고 기쁘다. 친구들과 함께 멀리 걸어가는 00, 00샘을 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불러 세운다. 짝꿍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거리낌 없이 흥얼거린다. 점심을 먹은 후 강당에서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논다. 학생들의 얼굴이 힘차고 환하다.

바람직한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의 삶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 도 염려해야 하지만, 등교에서 하교까지 학교생활이 즐거워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다양한 느낌을 드러내는 장소이어야 한다. 감정이 억압되지 않은 아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한다. 나아가 행복감이 누적되어 자존감 있는 아이로 성장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감정을 살려주는 공간은 어디이고, 시간은 언제인가? 학교장은 살펴야 한다.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위한 궁리가 필요하다. 가고 싶은 학교는 학생의 감정이 억압되지 않은 학교다.

순창여중에서 학생들의 감정이 살아나는 공간은 운동장, 강당, 음악실, 미술실, 본관과 후관 사이 햇살 정원이다. 학생들의 눈높이로 공간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후관 반지하로 학생자치 놀이 공간이다. 감정을 발산하는 시간은 주로 예체능 시간과 점심시간이다.

운동장은 3년 전, 1년 이상 공사를 통하여 천연잔디로 매우 잘 조성되어 있다. 운동장 주변 배수로 정리와 잔디에 적합한 복토를 하여 사시사철 생육이 좋다. 학생들이 여유시간이나 체육 시간에 맘껏 뛰면서 감정을 발산하는데 최적의 공간이다. 인근에 어린이집 아이들이 소풍 와서 신나게 놀고 간다. 주변 주민들이 밤낮으로 운동장을 애용하고 있다.

학교 전체가 깨끗하고 푸르름으로 가득하여 정서 순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잔디 운동장 공사에 심혈을 기울인 전 교장 선생님과 당시 행정실장에게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강당은 규모가 상당히 크고, 천정이 아주 높아서 전교생이 여러 가지 체육활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순창여중 학생들은 체육 시간과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가장 많이 기다린다. 피구, 배드민턴, 배구, 네트볼 게임을 수시로 하면서 매일 함성 소리로 강당이 시끌벅적하다.

올해는 스포츠클럽 시간에 학생회 주관으로 전교생 케이팝(K-POP) 골든벨 대회를 열었다. 음악성과 순발력을 맘껏 드러내는 시간을 가졌다.

후관 미술실과 음악실은 35년이 넘은 건물이어서 2019학년도까지 낙후되어 있었다. 작년 학기 초에 음악미술 선생님과 상의하여 6000만원을 지원받아 대폭 새 단장을 했다. 그 후에도 담당 선생님이 실 재구성을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여 쾌적하고 편안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 예로 미술 시간에 학생들이 천연물감을 불편 없이 사용하기 위해 큰 용량의 냉장고를 구입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팀별 개인별 표현활동이 가능해져 미술과 음악 수업 만족도가 높다.

작년 하반기에 공사가 마무리된 후관 앞 햇살 정원은 30년 넘은 창고와 숙직실 건물을 철거하고, 지하 상하수도 등 배관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본관과 후관 사이에 순창여중 출신이면 누구나 기억하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순화리 삼층석탑이 있다. 고려 초 건축된 석탑으로 천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탑은 우아하고 단아하며 간결미를 담고 있다. 햇살 정원 공사는 석탑 보존과 어울림을 중시해 많은 시간과 공력이 들었다.

확보된 공간에는 단풍나무를 심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흔들 그네 3개와 피크닉 파라솔 2개를 설치하였다. 점심시간과 여유시간에 흔들 그네와 파라솔 아래에서 편안한 자세로 대화를 한다. 여유롭고 보기도 좋다.

교실 두 칸 반의 반지하는 교실 앞을 대폭 파내어 계단식으로 소규모 공연장을 꾸몄다. 햇살이 반지하 교실까지 따뜻하게 들어온다. 흙을 파내고 쌓은 옹벽은 1학년 학생들이 벽화전문가학부모님과 함께 나무, , 곤충, 동물 등을 그렸다. 학생들의 상상력과 전문가의 장인정신으로 감성 공간이 되었다. 반지하는 11월 말까지 학생자치 놀이 공간으로 재구성되어 락밴드 전용공간, 뷰티 존, 카페와 춤추는 공간으로 혁신된다.

품성을 다루는 교육은 이성과 감정의 조화가 관건이다. 그런데 지금도 학교는 교과 중심, 지식 중심 교육이 우선이다. 과학적 사유와 논리적 추론의 근간인 이성도 중요하지만, 인간에게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감정이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학창 시절 소풍, 수학여행, 체육대회, 축제가 기억됨은 감정의 발산이 훨씬 자유로운 날이었기 때문이다. 감정이 억압되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잠재력이 드러날 수 없다.

요즈음 화두인 공감, 소통, 협력은 감정을 살리는 교육에서 출발할 수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인류는 차가운 이성을 앞세운 집단보다 따뜻한 감정을 소유한 개인을 중시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생각의 역사인 철학에서도 이제 감정은 이성 다음이 아니다.

감정이 풍부한 인간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역할이 커진다.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학교를 상상해본다.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은 행복한 삶의 전제조건이다.

교육은 감정에 더 주목해야 한다.

 

최순삼 교장(순창여중)
최순삼 교장(순창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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