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추위가 남아있는 요즘 따끈한 국물이 있는 요리가 자주 생각난다. 이번에는 살짝 가격대가 높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요리인 ‘샤브샤브’에 대한 이야기이다. 샤브샤브는 끓는 물에 고기, 해산물, 채소 등을 살짝 데쳐서 소스를 곁들인 음식이다. 끓는 물에 고기나 채소를 살짝 데치기 때문에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그 자체로 우수한 균형영양식이다.

 

몽고의 칭기즈칸 군대 전쟁식

음식의 유래는 몽고이며, ‘칭기즈칸’의 군대가 전쟁을 할 당시 투구에 물을 끓여 얇게 저민 양고기를 데쳐 먹은 게 시작이라는 통설이다. 그리고 오늘 날의 샤브샤브 조리법은 이 요리가 일본에 전해져 1950년대 상업화되면서 정립됐으며, 샤브샤브라는 어원도 일본어로 ‘찰랑찰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런 조리방식의 요리는 중국의 ‘훠궈’와 태국의 ‘수끼’가 있으며 끓이는 국물의 종류와 데쳐 먹는 재료만 다를 뿐 같은 샤브샤브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60~70년대 고급 음식점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칭기즈칸’이라는 이름의 메뉴로 판매가 됐으며 2000년대에 와서 생겨난 ‘채선당’ 같은 프랜차이즈 전문점들이 생기면서 대중화됐다.

 

최고의 다양성을 가진 요리

우리나라의 샤브샤브는 대략 3가지 국물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멸치와 다시마 육수의 기본 샤브샤브, 둘째 여기에 간장을 추가한 간장소스 기반의 샤브샤브, 셋째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넣은 얼큰한 샤브샤브이다. 그 외에도 소고기 샤브샤브, 버섯 샤브샤브, 주꾸미 샤브샤브, 새조개 샤브샤브, 해물 샤브샤브, 꿩 샤브샤브 같이 데쳐 먹는 주재료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샤브샤브가 있다.

같이 데쳐 먹는 부재료도 너무 너무 다양하다. 기호에 따라서 알배추, 양배추, 쑥갓, 단호박, 각종 버섯, 숙주, 청경채, 어묵, 미나리 등을 넣어서 데쳐 먹는다.

이렇게 여러 식재료를 적용할 수 있는 샤브샤브는 찍어먹는 소스도 다양하다. 간장소스, 땅콩소스, 칠리소스, 고기기름장, 참소스, 핫소스, 팟타이소스, 수끼소스 등 다양한 소스가 있으며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육수와 주재료, 부재료만 살펴봐도 샤브샤브야 말로 가장 다양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임을 알 수 있다.

 

‘등촌 샤브샤브’라 불리는 얼큰한 샤브샤브

필자는 기본 샤브샤브는 가끔 해먹기에 이번에는 기본 육수에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추가한 샤브샤브를 만들어봤다. 기본 육수를 우려낸 재료는 대파뿌리, 건표고버섯, 대파, 다시마, 양파, 무를 사용했고 국물용 멸치가 없어서 대신 일본 조미료 ‘혼다시 : 가다랑어포인 가쓰오부시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복합조미료’를 사용했다. 여기에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넣고 모자란 간은 간장과 맛소금을 사용했다. 최종 육수양은 2리터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많이 한 이유는 먹을 소고기 양이 1.4kg이었기 때문이다.

싹둑싹둑, 보글보글, 복작복작 드디어 완성된 얼큰한 샤브샤브 육수에 야채를 먼저 넣어 채수(야채 육수)를 먼저 우려내면서 고기를 데쳐 먹기 시작한다.

 

술안주로 안성맞춤인 샤브샤브

술자리 도중에 다른 음식들은 중간에 식으면 재가열해서 먹기가 어렵다. 당연히 맛이 떨어진다. 구이를 해도 굽는 사람만 고생하고 숯불 유지가 힘들어 지속적인 안주 공급도 어렵다. 그러나 샤브샤브는 육수를 추가하며 계속 맛있는 고기와 신선한 야채를 넣어 먹으면 된다. 샤브샤브야 말로 술안주로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칼국수와 볶음밥을 해먹으면 속이 든든해진다. 우리는 육수가 충분하기에 칼국수를 해서 배를 든든히 채웠다.

맛있는 샤브샤브를 가운데 놓고 지인들과 활활 타는 장작불 앞에서 술 한 잔~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