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림통신]어른들이 희망을 품지 말고 겁먹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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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통신]어른들이 희망을 품지 말고 겁먹길 바라요
  • 이남숙
  • 승인 2023.03.2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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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숙(구림 장암)

 

공동 행동 순창플로깅, 그 첫 번째

지난 3월 첫 째주 일요일 10, 되살림 회원들과 자녀들, 전주에서 참석해 준 지인, 청소년 환경기자단(구림초·중 재학생) 13명이 순창플로깅에 참석했다. 일요일이라 한산한 행복누리센터 주차장에 둥글게 모여 자기소개 후 몸풀기를 하고, 2그룹으로 나누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출발했다.

플로깅은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건데 조깅은 불가능했다. 담배꽁초 쓰레기들이 많아서. 특히 식당 근처 도로에는 어김없이 담배꽁초와 종이컵 쓰레기가 많았다. 그래도 첫 플로깅에서 좋았던 건 초등, 중등 학생 5명이 함께 한 것이었다. 쓰레기를 줍고 나누기를 하였는데 아이들의 마음을 들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시은(구림중 3학년) “오늘 쓰레기를 주우면서 힘들긴 했지만, 힘든 만큼 쓰레기를 많이 주운 것 같아서 좋았어요.”

이영은(구림초 6학년) “한 시간도 안되게 주웠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놀랐어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오승미(구림초 6학년) “장암리에서 먼저 해봤었어요. 장암리도 심각했는데, 여기도 쓰레기가 많아 놀랐어요. 그만큼 사람들이 좀 너무하다 생각했어요.”

강이담(순창초 3학년) “저희가 오늘 쓰레기를 엄청 많이 모았는데, 한 시간밖에 안했는데 엄청 많이 모았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쓰레기들 속에서 살고 있구나. 슬펐어요.”

홍정민(순창여중 3학년) “쓰레기가 진짜 이렇게 많은 줄 몰랐고, 다 하고 나니까 뿌듯했어요.”

 

희망보다 필요한 건 행동입니다

우린 희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희망보다 필요한 건 행동입니다. 우리가 행동하기 시작하면 희망은 어디에든 있습니다. 그러니 희망을 찾기보다는 행동으로 옮겨주세요. 그래야만 희망이 올 거니까요

매주 금요일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한 그레타 툰베리의 메시지다.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으로 우울증까지 앓았던 당시 15세의 그녀는, ’생각만 하는 건 시간 낭비란 걸 깨닫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다라고 생각하며 결석 시위를 시작했다. 그리고 전 세계 165개국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기후 행동을 이끌어내었다. 한 기자가 그녀에게 질문했다.

진짜 변화를 만들 힘이 있다면 뭘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욕심을 부리지 않게 하고 싶어요. 소비가 많아질수록 도덕적 의무도 커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요.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어른들의 희망을 원하지 않아요. 저는 어른들이 희망을 품지 말고 겁먹길 바라요. 제가 매일 느끼는 공포를 느끼기를 바라고요. 그리고 행동하길 바라요.”

그러나 소비할수록 커져야 할 도덕적 의무감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소비를 자랑삼고 으스대며, 더 나아가 부러움의 대상인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바로 잡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되고, 할 수 있는지 질문해 본다.

플로깅을 마치고 점심으로 짜장면 한 그릇을 앞에 두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 또한 행복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해 겁먹지 못한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사람은 누구나 꼭 지켜야 할 한 가지는 있는기다. 우리가 남겨줄 게 달리 뭐 있겠노. 이 땅이다. 미래다.”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현장에서 한옥순 할머니)

되살림 회원들은 2023년 1분기 ’전기’에 대한 공부를 했다. 일상에서 쉽게 쓰는 전기는 결코 쉽고 무한히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분배되는지, 그 속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도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엔 누구나 동의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활용 극대화 에너지 정책을 펴고 있다. 가장 우려할 점은 중수로형 원전은 가동 과정에서 배출하는 사용후핵연료다. 한국은 아직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리 시설이 없는 실정이다. 지금 당장을 위해 나중에 닥쳐올 위험을 외면하고 있는 식이다.

신재생에너지 또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분별하게 산을 깍고 설치한 태양광 패널, 폐패널도 환경에 해롭다. 또, 우리나라 최대의 멸종위기종 서식지인 백두대간에 설치한 풍력발전으로 인한 소음, 진동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가 하면, 멸종위기종 동물들의 서식지 훼손도 문제다.

해상풍력도 어업인의 조업 구역을 축소시키고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규모가 큰 풍력 발전기와 새들의 충돌로 새들이 죽어가고 철새들의 이동에도 문제를 준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친환경에너지라고 해서 만능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외에도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결국 건설된 밀양 초고압 송전탑 이야기,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용역노동자 고 김용균씨 사망 사건에 대해 이야기도 나눴다. 모두 도시에서 쓸 대용량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기를 공부하면서 두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첫째는, 에너지 정책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처럼 마음껏 전기를 쓰는 삶의 방식을 고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정책을 펴도 결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다. 생명을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욕망 덩어리다. 그렇다고 살지 않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착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을 반대하는 집회에 등장했던 피켓의 문구다. 누구의 눈물 위에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남숙(구림 장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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