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속에 시한줄(93)남으로 창을 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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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속에 시한줄(93)남으로 창을 내겠소
  • 조경훈 시인
  • 승인 2023.08.02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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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향수

 

인적 끊긴 산 속

돌을 베고 하늘을 보오.

 

구름이 가고,

있지도 않은 고향이 그립소.

 

김상용(金尙鎔·1902-1952)

경기 연천 출생시집으로 <망향>이 있다.

 

왜 사냐 건 웃지요

요즘은 현대화다 산업화다 하면서 세상이 하도 시끄럽고 어지러우니 골라본 시가 이 시다. 옛날에 소박한 전원생활을 하면서 꼬이지 않은 구름처럼 허욕을 버리고 자연과 벗하여 유유자적한 삶을 살다 가셨던 우리 조상의 심상과 삶을 엿볼 수 있어 이 시를 읽고 나면 언제나 방긋이 웃는다.

요즘 젊은이가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전깃불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휴대폰도 없고, 페이스북도 없고, 발전된 과학기술도 없었는데 어떻게 사셨냐 한다. 그럴 때 이 할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때는 넓고 푸른 대자연이 내 것이어서 마음대로 뛰어놀았지. 이웃집하고도 내 가족처럼 사이좋게 지냈고, 잘 모르는 손님이 오시더라도 감자 옥수수를 삶아 같이 먹고, 가라는 소리는 안 했지, 그래서 김삿갓 시인은 여관 호텔도 없는데 전국을 다니며 시를 썼지. 참으로 겸손과 인간미가 넘치는 세상이었지.

지금 사는 세상을 보아라. 과학 문명이 발달해 편리하다고는 하나 젊은 학생이 수백 명이나 한꺼번에 죽는 세월호,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 있는 요즈음 세상이 살만한 세상이더냐? 그때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세상을 왜 사느냐?’ 하니 웃을 수밖에 없지 않더냐?!”

이 시는 일제강점기 때 1934년에 발표한 시인데 나라를 잃고 허탈해할 때 마음만은 웃으며 살아보자는 여유로움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왜 사냐 건 웃지요이 구절은 당나라 때 시인 이백의 <山中問答(산중문답)>을 연상케 한다. 이백은 問余何事棲碧山(문여하사서벽산) 어찌하여 산골에 사느냐?”는 물음에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지한) 대답 않고 방긋이 웃어주니 마음이 저절로 흥겹소라고 답한다. 가히 동양적인 달관의 경지라 할 것이다.

이 시는 1930년대 전원적인 삶을 대상으로 나와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지향하면서 쓴 시인데, ‘신석정, 김동명, 김상용은 우리나라 3대 전원파 시인으로 불리고 있다.

글ㆍ그림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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