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나를 닮지 않았다
채광석 시인
나를 닮지 않는 아들이 스물한 살이 되어
공익근무를 하고 있다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일 년에 한 번 꼴로
입천장을 꿰매야 하는 수술대에 올랐다
그 핑계로 나는 돈을 벌어야 했고
애 엄마는 폐경이 온지도 몰랐다
다행히 아들은 나를 닮지 않았다
매년마다 저 스스로를 꿰매더니
바늘자국 하나 없는 노래 한 곡으로
음악 대학에 덜컥 합격했다
아빠 엄마의 몸에서 진이 다 빠지자
또 스스로 휴학을 하곤 입대 신청을 했다
동네 사람들은 나보다 더 아들을 대견해 했는데
뒤늦게 안 그 사연이 좀 찌릿하다
걸음마를 떼자마자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발음으로
동네 사람들 아무나 붙잡고
끈질기게 말 걸고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제 이름 석자를 광고하고 다녔단다
저 홀로 세상을 꿰매고 온 아들의 분투를
나는 전혀 닮지 않았다
채광석 시인. 1968년 순창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재학 중인 23세 때 등단했다. 하지만 등단은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 등과는 화려함의 결이 전혀 다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에 절필을 한 후, 나이 쉰이 넘은 지난 2019년 2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를 펴냈다. <오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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