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통일론
채광석
남북통일을 원하신다면
내년 삼월이라든가 팔월이라든가
어른것들 다 빼고
한반도 종단 열차에
남과 북 어린아이들만 하나 가득 태워
한 사나흘만
남북으로 동서로
맘껏 뛰어놀게 해보라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을 알기 전에
와글와글 바글바글
서로 섞어보라
날 저물어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 앞
갑자기 두고 온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생떼를 쓰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때
통일은 저절로 온다
평화도 저절로 온다
어른것들 없이도
아무것들 몰라도
채광석 시인. 1968년 순창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재학 중인 23세 때 등단했다. 하지만 등단은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 등과는 화려함의 결이 전혀 다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에 절필을 한 후, 나이 쉰이 넘은 지난 2019년 2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를 펴냈다. <오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작권자 © 열린순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