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정문섭 '인연의 끈' 제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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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정문섭 '인연의 끈' 제7회
  • 정문섭 박사
  • 승인 2023.09.20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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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끈 제7회

 

아니? 자네가 여기 웬일인가? 벌써 귀국했어? 수요일 출근하게 돼 있지 않나?”

국장님. 늦게나마 영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몸도 근질근질하고 일이 하고 싶어서 말이죠. 미리 왔습니다요. 하하!”

아하! 권 계장. 이 사람 좀 쉬게 놔두지. 이제 아부도 할 줄 알고 허허. 그래그래. 잘 되었네. 자네가 이 세미나를 처음부터 챙기게 되었으니 말이야. 김 과장, 아예 행사를 주관하도록 사회진행부터 맡기세요. 권 계장이 좀 거들어 주라고. 허허.”

도청 대회의실 안 정면에 <전통식품개발사업세미나>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농어민 대표들, 전통식품 가공업체 대표들, 한국농촌경제원 박사 연구원들, 각 도 및 시·군 담당자 등 20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세미나는 순조로이 진행되었다. 손 국장의 기조 발언을 필두로 종합토론이 시작되고, 오후에는 분야별로 발표와 질의 응답시간으로 연결되었다. 저녁 분과별 회의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며 어떤 분과는 자정을 넘기기도 하였다.

이튿날 오후 늦게 과천으로 올라온 기준은 세미나결과종합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현지실사계획을 세웠다. 전국을 중부·호남·영남 3개 지역으로 나누어 41팀으로 일주일간 조사하도록 하는 출장계획을 올렸다. 그는 호남지역의 책임자가 되었다.

 

전주를 거쳐 남원에 도착한 기준 일행은 양덕만 시장과 같이 섬진강변 매실 생산단지와 가공 상황을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고 자료들을 취합하였다. 저녁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가 양 시장에게 다가갔다.

시장님, 오늘 본 그 대촌면 매실생산단지 그곳 말입니다. 사업 입지가 좋아서 우리가 요구한 자료를 더 보완해 주시면 충분히 채택될 것 같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선정해주시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하하!

. 저도 노력할게요. 한 가지, 사적(私的)인 일인데 물어 봅시다. 남원 관내에 방씨 성을 가지신 분이 많나요?”

방씨요? 글쎄요. 그리 흔한 성씨가 아닌데,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어디서 봤더라? 그런데 왜 방씨를 찾으시오?”

그가 과거 왜정 때 큰 아버지와 방씨 간에 일어났던 일들을 말하였다.

아버지의 오랜 숙제거든요. 풀어 드리려면 그 아재를 찾아야 합니다. 수고스럽지만 좀 알아봐 주시면.”

은혜를 갚는다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방씨가 희성(稀姓)이라 관내는 몇 집 안 될 거요.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듯싶네요. 바로 알아보죠. .”

출장 나흘 째 저녁 기준 일행이 전남 보성군 녹차 밭에 있을 때, 일행을 수행하던 전남도청 관계자가 남원시청으로부터 전화로 받은 메모 쪽지(남원시 관내 방씨 : 7가구(읍내 2가구, 운봉 2, 산서 2, 대촌 1)를 건네주었다.

 

선옥 고모할머니

토요일 점심 후, 기준은 일행을 서울로 올라가게 하고 따로 남아 순창으로 갔다. 아버지 길연에게 그 메모쪽지를 보여줬다.

, 니가 드디어 시작을 했구나이. 운봉은 여그서 좀 멀고이. 대촌면? 여기 섬진강 건너 채계산 동남쪽에 있는 면()인디, 중간에 강이 있고 군()도 다릉게 옛적엔 왕래가 그리 많지는 않았던 곳이제. 아마 그 면소재지가 사랭이일 거이다. 큰 동네이었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다야.”

. 그래요. 근데 참, 지난번에 여쭤 보려던 것인데, 그 고모님, 저로 해서 고모할머니, 그분, 지금도 살아 계시나요?”

누구? 그랑께, 선옥 고모님 말이제? 그건 왜?”

아버지가 말씀하셨잖아요. 옛적 큰 아버지가 방씨를 따라 가실 때에 그 고모님이 어려운 일 있으면 찾아오라고 당부하셨다면서요? 그 분이 혹시 방씨에 대해 좀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 그라네. 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꼬이? 그 고모님이 뭘 알고 계실 것도 같구나야. 광복 후 육이오 전에 옥과로 이사를 가셨고 나중에 풍산면으로 옮기셨제. 큰손자가 농어민후계자라든가 하여튼 소를 키워 성공했다더라. 그때가 언제냐? 그분 팔순 잔치 때 네 구연당숙과 같이 갔다 왔었는디, 아마도 살아계실 거여. 부고(訃告) 같은 거 아직 업써승게. 가만 있자. 그 작은손자 이름이 권영뭐더라? 풍산농협에 다니던디.”

! 그래요? 이번엔 여유가 없으니, 제가 담에 시간을 내어 찾아뵈어야겠네요.”

아버지는 기대에 차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어린애처럼 들떠 있었다. 기준은 그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아버지의 숙제를 소홀히 하며 지내온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일며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서울로 올라 온 기준은 출장결과보고서를 취합하고 정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러는 중에도 머리 한쪽 귀퉁이에는 선옥 고모할머니 생각이 늘 떠나지 않고 있었다. 건강하신가? 기억력이 좋을까? 말도 잘 하실까?

기준은 농협 순창군지부를 통해 풍산농협 권영헌의 전화를 알아냈다. 어리둥절해 하는 그에게 그간의 자초지종을 다 말하고 우선 할머니의 건강부터 물었다.

아아! 그런 일이 다 계셨군요. 건강이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순창이 장수촌이잖아요. 지금도 밭에서 고추도 따고 경로당에서 십 원짜리 고스톱도 치신다니까요. 제 아들놈도 그분이 키워 주셨어요. 얼마 있으면 곧 아흔이신데 정정하셔요.”

그래요? 다행이네. 자손들이 잘 모시니 참 고마운 일이요. 내 시간 내어 한 번 찾아가려 합니다. 연락할게요.”

 

기준이 연말 예산사업들을 마무리 하고 이듬해 초 신년도 예산집행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손 국장이 <전통식품개발사업>을 신규로 넣기 위해 세부작업에 들어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 계장. 지난 해 세미나와 현지조사 내용, 그걸 중심으로 브리핑 준비를 해 놓게. ·차관님께 보고 하도록 말이야.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야. 신규예산? 하늘의 별 따기라고. 까딱 잘못하다간 통째로 날아간단 말이야. 작년 세미나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실사출장 팀 다시 보내서 이 사업이 왜 필요한지를 말해줄 보완자료를 모으게. 예산실이 얼마나 까다롭나? 논리를 세우고 또 지지 않으려면 현장의 디테일이 필요해. 사진 많이 찍어 오고 자료도 좀 많이 모아와.”

<다음호에 계속>
 

□글쓴이 정문섭 박사 이력

 

1951년 적성 고원 출생

-적성초(27회), 순창중(17회), 순창농림고(25회), 육군사관학교(31기·중국어 전공) 졸업

-한국외국어대학 어학연수원(중국어), 대만 국립정치대학 법학 석사, 중국 농업대학 관리학 박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관리과정 수료

-1981년 농수산부 행정사무관 공직 입문, 2009년 고위공무원 퇴직

-1996~2000, 2004~2007 중국 북경 주중한국대사관 서기관, 참사관

-농업인재개발원 원장, 한국수산무역협회 전무이사, 한국농업연수원 원장, 건국대 충주캠퍼스 겸임교수, 한국국제협력단(KOICA) 네팔 자문단 포카라대학 교수 파견

-<한·대만 농지임대차제도 비교연구>(1988, 대만 국립정치대학 법학 석사학위 논문)

-<한·중 농지제도 비교연구>(2000, 중국 농업대학 관리학 박사학위 논문)

-<인문고사성어>(2013, 이담북스, 415쪽)

-‘공무원 연금’(월간) 공모 연금수필문학상(2019) <안나푸르나 봉, 그곳에서 다시 출발선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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